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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온

연구실과 현장사이엔 거리가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이론이라도 현장에선 역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실험실과 달리 현장엔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현장의 실무자들이 '예술가'인 까닭은 그 다양한 변인들을 고려해 적절한 이론을 제대로 적용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론을 제대로 적용할수 있기 위해선, 그 이론의 작동 원리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오늘 생각난 주제는 "기업이 위기 발생시에 착하게 대응하는게 왜 필요할까요"입니다.

요즘 연구자금 제안서 쓰고 있습니다. 이놈이 잘되면 가을학기를 정규직으로 지낼수 있을 듯합니다. 제안서 쓰다 읽은 논문하나 있는데, 최근 LG전자의 드럼세탁기 대응방식이 왜 통했는지를 설명할수 있을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읽은 논문은 사랑과 뇌의 작용에 대한 내용입니다. 연인이나 자식 등 사랑하는 사람을 볼때 작동하는 뇌의 부위와 작동이 멈추는 부위가 있습니다. 작동하는 부위는 쾌감을 경험하도록 하는 ventral striatum이란 곳입니다. 새로울 것은 없어 보이지만, 감각적 쾌락과 정신적 쾌락이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의미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 관심을 끈 대목은 사랑하는 사람을 볼때 mPFC와 pSTS란 부위의 작동이 준다는 점입니다. 이 두 부위는 다른 사람의 의도로 파악할때 작동합니다. 전에 실험철학을 소개하면서, 기업이 환경을 파괴하면, 사람들은 그 기업이 의도적으로 환경을 파괴했다고 보는 반면, 선행에 대해선 의도적으로 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이는 mPFC와 pSTS가 선행에 대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긍정적인 것에 대해선 의도적으로 했다고 보지 않으면서, 부정적인 것에 대해서만 의도적으로 했다고 여기는 것일까요?

진화심리의 관점에서 설명하면, 생존전략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지금이야 사람들을 만나는게 별 긴장되는게 아니지만, 불과 백년전만 해도 낯선 사람을 만나면 조심해야 합니다. (지금도 그런가 ^^;;). 내게 해꼬지 할지도 모르니까요. 여기서 핵심이 의도를 파악하는 겁니다. 특히, 부정적인 단서가 잡힐 때 더욱 그러합니다. 반면, 뭔가 우호적인 신호를 볼때는 의도를 파악할 필요가 없고요. 이렇게 수백만년을 살아남다 보니, 사람의 뇌는 긍정적인 신호에 대해선 의도를 파악하지 않지만, 부정적인 신호에 대해선 의도를 보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본능적으로, 의식의 관여없이 자동으로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의 위기상황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기업은 의도적으로 소비자에게 해코지 한게 아닐겁니다. 그런데, 사람이 다치는 등 뭔가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나쁜 의도'가 있다고 여깁니다. 의식의 관여없이 자동으로, 본능적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수수방관하면, 이를 그대로 인정하는 셈이 됩니다. 특히, 문제되는 태도가 '미안하긴 하지만, 우린 법대로 했고, 잘못없어'라는 식입니다. 이는 기업의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경우에도 해당합니다. 실무적 설명은 여기 여기 여기에 잘 정리돼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나쁜 의도'가 있었음을 확인해 주는 셈이 됩니다. 이런게 유야무야 넘어갈수도 있지만, 이렇게 박힌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사람의 뇌는 부정적인 정보에 대단히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인 것은 쉽게 잊어도, 부정적인 정보를 뇌에 깊에 새겨집니다. 그리고, 큰 위기로 번지기도 하고요. 기업의 책임이 있건 없건 관계없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입니다.

따라서, 기업이 위기발생 초기에 적극적으로 취해야 하는 조치가 '나쁜 의도 없다,' '우리는 소비자 편이다'라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달해줘야 합니다. 긍정적인 메시지는 부정적 메시지에 비해 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긍정적 메시지가 부정적 메시지를 상쇄하려면 5배정도의 노력은 기울어야 합니다.

LG전자가 드럼세탁기위기에 잘 대응했다는게 바로 이점입니다. 사고가 나자, 신속하게 사과하고, 피해자를 위로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안전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LG전자는 자사의 부정적 사건이 뉴스가 되긴 했지만, 여러가지 소득을 얻었다고 볼수 있습니다. 대외적으론 LG전자의 이미지를 아주 좋게 만들었습니다. 수십억원짜리 이미지 캠페인에 못지 않은 성과입니다. 내적으론 제품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고요. 더욱 중요한 것은 지난 번 글에서 지적했듯, 구성원들의 자부심일겁니다.
선한기업에 일한다는게 직원들의 내재적동기를 작동시켜, 더욱 열심히 일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선함이 적자의 조건인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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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세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정말 멋지게 neuroscientific하게 설명을 해주셔서 제게도 아주 좋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생각할 거리도 가져갑니다. 건강하시구요!

    • 감사합니다. KAIST 문화과학 프로그램에 적을 두고 계시면서 PR실무에도 정통하신 김대표님이 직접 확인해볼 적임자같습니다. 사람들이 위기시나리오를 볼때 기업의 의도에 귀인하는지 안하는지 말입니다.

  2. 아주 멋진 분석과 인사이트입니다. 역시...mu님이세요. 이제 위기관리 코칭을 하셔도 되겠습니다. 진짜요. 여러가지 공부거리를 주시고...자극 주심에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3. 저희도 이번 케이스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고객의 안전이 가장 우선이라는 저희 마음을 많은 고객 분들이 믿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