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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온

(진화심리로 본 아이폰 열풍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나이가 조금 있으시면 TV드라마 "V" 기억하시는 분들 많으실겁니다. 지난해 말 미국ABC가 다시 방영해 인기를 끌었습니다. 얼마후면 새 시리즈를 시작할겁니다. V는 인류보다 훨씬 앞선 문명을 지닌 파충류외계인들의 지구정복 음모와 지구인들의 대응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V를 보면서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과연 파충류들이 고도의 지적 능력을 갖출수 있을까, 고도의 문명사회를 이룰수 있을까"하는 의문입니다. 파충류는 생태적으로 고도의 지능을 갖출수도, 고도의 문명을 갖출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지적 능력의 기원


인간의 지적 능력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요? 다양한 설이 있지만, 그중 가장 유력한 가설이 사회뇌 가설입니다. 여러 사람과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지력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가설입니다. 사회생활 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인간관계가 가장 힘들다는데 별 이의달지 않으실겁니다.
실제 사회뇌가설을 주장한 학자들이 뇌의 상대적 크기를 비교해 보았더니, 사회의 규모와 뇌의 크기가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래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게재됐던 사진보시지요.


사회가 엄청나게 복잡한 인간의 뇌는 아주 클 뿐아니라, 그 안의 주름도 엄청나게 잡혀있습니다. 즉, 고도의 지적능력을 갖추기 위한 전제조건은 사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사회의 구성원의 행동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지적능력이 형성되고 발전됐다는 것입니다. 사회뇌 가설만큼 인간의 지적능력의 기원을 잘 설명해주는 가설은 알지 못합니다.


지적능력의 핵심


머리가 우수하다는 것에는 여러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중 하나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능력입니다. 미래의 더 큰 만족을 위해 당장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유보하는 능력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마시멜로 실험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실험은 4살짜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미래의 큰 만족을 위해 당장 눈앞의 만족을 유보한다는게 4살짜리 아이들에게만 힘든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 큰 어른들도 힘들어 합니다. 그것도 아주 똑똑한 사람들에게도 해당됩니다. 


파충류들은?

그렇다면 파충류들은 사회를 구성할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사회를 구성하려면 복잡한 의사소통을 할수 있어야 하는데, 파충류들은 생태적으로 그게 불가능합니다. 이는 포유류들이 복작한 의사소통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보면 쉽게 드러납니다.

포유류는 얼굴표정 하나 하나에 정보를 실어 보냅니다. 얼굴의 미세한 근육 움직임 하나 하나가 무엇을 의미하는 "의식"하지는 못해도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얼굴표정이 호의적인지, 적대적인지 순식간에 "느낍"니다. 그런데, 파충류들은 이런 미세한 얼굴표정을 짓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얼굴표피가 갑질일뿐 아니라, 얼굴표정과 긴밀한 관계가있는 미주신경(Vagus Nerve)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파충류들은 미주신경이 발달하지 않았기 떄문에 즉각적인 만족을 유보할수 있는 능력 자체가 없습니다. 먹이감이 있으면 잡아 먹어야지, 다른 파충류가 먹이를 잡도록 도와주는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대목이 왠지 낯설지 않습니다. 자본주의가 초기단계에 이런 모습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파충류 자본주의란

파충류 자본주의는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원칙에 충실하되, 눈앞의 이익만 극대화하는 자본주의를 말합니다. 20분만 참으면 마시멜로를 하나 더 먹을수 있음에도, 그 20분을 참지 못하는 아이와, 10년을 내다보는 투자보다는 1년후의 배당금을 더 중시하는 근시안적 자본주의는 서로 다를 게 없습니다.

금융위기 이전의 자본주의는 파충류 자본주의였습니다. 판이 깨지건 말건 당장 돈이 된다니까 할짓 못할짓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머리가 아주 비상하다는 사람들이 한 짓이었습니다. 어느정도였나하면, 월 500불짜리 기숙사에 사는 외국인 유학생에게조차 대출끼고 집사라도 권할정도였습니다. 비상한 머리를 눈앞의 만족을 극대화하는데 쓰다보니, 아주 효과적으로 위기를 초래했던 겁니다.

그동안 한국 이동통신 사업자들도 파충류와 다를바 없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대세는 음성통신에서 데이터통신으로 간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음성통신위주의 시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눈앞의 현금에 현혹돼 시장을 데이터통신 위주로 바꾸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소비자 등쳐먹는 일만 하고 있었습니다. 무료로 제공해도 손해보지 않을 텍스트 메시지에 고가의 요금을 부과하는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포유류 자본주의란

포유류 자본주의는 미래의 더 큰 이익을 위해 눈 앞의 작은 만족을 유보하는 자본주의입니다. KT가 아이폰을 한국시장에 도입한 것이나 SK텔레콤이 무선랜을 확대하고  DRM을 개방하기로 한 것은 포유류 자본주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 할수 있습니다.

포유류가 눈앞의 작은 만족을 유보할수 잇는 것은 미주신경이 고도로 진화했기에 가능한 것이듯, 자본주의가 포유류자본주의가 되려면, 미주신경에 해당하는 생리적 기제가 필요합니다. 아이폰을 둘러싼 한국이동통신 시장의 변화를 보면, 공정경쟁 환경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폰 충격 같은 외적 요인 없이 SK텔레콤이 선수를 칠수 있었으려면 어떤 내적 요인이 필요했었는지에 대해선 좀더 시간을 두고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자본주의가 포유류자본주의로 진화하고 있는 모습은 주식시장에서도 보입니다. 한국경제TV주관으로 열렸던 '2010 핵심우량주 대포럼'에서 2010년 증시를 전망하며 모바일 녹색 임팩트 등 3대 혁명을 제시했습니다.

임팩트 혁명이란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의 변혁을 말합니다. 기업들이 이윤만 추구해서는 안되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종전의 재무이론대로 순수하게 이윤만 추구했던 것이 금융위기를 발생하는 한 요인이 됐다는 반성에서 제기된 주장입니다.

실제로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이 사회적 가치추구 여부를 기업의 신용평가 잣대로 적용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즉, 증시에서 핵심우량주 취급받으려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게 기업이 이윤추구를 포기하는게 아닙니다.
최근엔 잭 웰치처럼 근시적 합리를 강조하던 사람도 생태적 합리에 눈을 떴습니다. 단기적으로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 가장 멍청한 짓이었다는 겁니다 (On the face of it, shareholder value is the dumbest idea in the world). 주주이익의 극대화는 결과적으로 이룩해야 하는 것이지, 전략적으로 추구할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Shareholder value is a result, not a strategy). 기업의 유권자는 종업원, 고객,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 Your main constituencies are your employees, your customers and your produ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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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글을 읽다보니 제 블로그 프로필 사진을 다윈을 그린 그림을 해놓은 것이 생각났네요 ㅎㅎ^^
    진화'라는 단어를 한동안은 머리속에서 빛나고 자주 꺼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따스한 인간미란게 적응과 진화의 결과라는 사실과, 그런 원리를 찾아낸 과학자 다윈이 따스한 인간주의자였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만이 아닐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