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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온

지난 10월 영국심리학회 연구요약 블로그에서 유명 심리학자들에게 "One nagging thing that I still don't understand about myself"란 주제로 설문을 돌린적이 있습니다. (nagging은 잔소리인데, 잔소리의 특징이 끝나지 않는 것이죠. "성가시게 들러붙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빗 버스(David Buss) 교수도 그 설문에 응했습니다. 그를 성가시게 한 것은 "why I am often succumb to well-documented psychological biases, even though I'm acutely aware of these biases"였습니다. 심리적 편견 혹은 선입견이란 것에 대해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본인 스스로 종종 그 편견에 사로잡힌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든 한 예가 남자가 여자의 친절을 성적 관심으로 오해하는 현상을 들었습니다. (Another is succumbing to the male sexual overperception bias, misperceiving a woman's friendliness as sexual interest.) 버스 교수가 진화심리 대가인 만큼 여자가 웃어주는 것이 성적 관심때문이 아니란 것은 누구보다도 더 잘알고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고 학생들에게 여러차례 가르쳐 주었을테고요. 그럼에도, 여자가 웃어주는 것을 본인에게 "푹 빠졌다"고 종종 오해한다는 것입니다.

남자의 착각이 아이폰 열풍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사람의 행동을 좌지우지하는 요인은 의식적인 것(controlled process)보다 무의식적인 요인(automatic process)이 훨씬 더 크다는 것입니다. 의식은 값비싼 자원이라 우리의 뇌의 대부분은 자동으로 돌아가도록 돼있습니다.

자동으로 이뤄지는 인간의 행동의 행동중 하나가 "과시"입니다. 우수한 특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는 것입니다. 이런 과시가 두드런진게 소비입니다. 그런데, 이런 과시적 소비가 이타적 행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아래는 전에 올렸던 글입니다.)

진화심리학자인 제프리 밀러의 신작 Spent: Sex, Evolution, and Consumer Behavior는 이타적 행동과 과시적 소비를 진화심리로 설명합니다. 진화심리에 따르면, 인간은 생존을 위해 과시적 소비를 합니다. 과시함으로써, 개인이나 집단의 우수한 특질을 "광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수하다는 것을 남들이 알아주면 생존에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높은 지위에 오르기 쉽고, 잘 생기고 건강한 배우자를 만날 수 있고, 우수한 자녀를 둘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수한 특질에는 돈이 많다거나, 힘이 센게 들어가지 않습니다. 밀러가 꼽은 여섯가지는 "GOCASE"입니다.  G는 지능 (General Intelligence), O는 개방성 (Openness), C는 성실성 (Conscientiousness). A는 친화성 (Agreeableness), S는 정서적 안정성 (Emotional Stability), E는 외향성 (Extroversion)입니다.

과시적 소비와 이타적 행동이 서로 연결되는 이유는 바로 이 여섯가지 특질을 소비행위로 과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고가의 하이브리드차량을 구매한다는 것은 분명 이타적 행동에 속합니다. 환경을 생각해, 비슷한 성능의 차량보다 최소한 천만원가량 더 지불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환경을 생각해 1천만원이란 거금을 지불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일단 지능이 높다고 할수 있습니다. 하나만 생각하는게 아니라, 둘, 셋을 생각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하이브리드 차량이란 신기술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개방적입니다. 환경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남을 생각할 줄 아니, 친화적이라 할수 있습니다. 

즉, 이타적 행동을 하는 것이 개인의 우수한 특질을 "광고"하는데 대단히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개인의 우수한 특질을 광고하려면, 그 신호가 속일 수 없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른바 "명품"을 들고 다니는 것으로는 개인의 우수한 특질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습다. 남의 것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정교한 짝퉁일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단지 돈이 많다는 신호만 주는데 그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타적 행동은 개인의 우수한 특질을 속임없이 그대로 나타냅니다. 이타적 행동을 할만한 자원 (시간, 노력, 재산 등)이 있다는 것이고, 자기 것을 내어 놓을 수 있을 만큼 우수한 품성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품성이 단지 "좋은"게 아니고 "우수"한 이유는 전전두엽이 잘 발달돼 있어야 이타적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인간이기 이전의 원시적 본성은 이기적인 것인데, 사회를 형성하며 생긴 피질, 특히 전전두엽 덕에 이타적 행동을 할수 있게 됐고, 이로 인해 "인간(호모 사피엔스)"이 됐습니다. 역으로, 이기적인 사람은 무능한 사람이라 할수 있습니다. 전전두엽이 변연계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이기적 행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타적 행동을 한다는 것은 바로 우수한 뇌를 갖고 있다는 것을 "광고"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게 의식적으로 이뤄지는게 아닙니다. 수십만년동안 사회를 이루며 살아오는 과정에서 형성된 뇌의 기본 단위들이 "자동"으로 (즉,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아이폰은?

아이폰은 여러모로 과시적 소비를 충족시킬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심지어 다이아몬드로 치장한 휴대폰보다 더 효과적으로 우수한 특질을 과시할수 있습니다. 다이아몬드폰을 사용하는 것은 돈이 많다는 것을 과시할수 있지만, 동시에 머리가 조금 부족하다는 것도 드러냅니다. 1년만 지나면 구닥다리가 되는게 정보통신기기인데, 그런 기기에다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박아 놓았으니 말입니다. 즉, 다이아몬드폰은 뇌의 우수한 특질인 지능과 성품을 제대로 광고해줄수 없습니다.

아이폰의 어떤 측면이 사용자의 지능과 성품을 광고해줄수 있을까요?

아이폰은 단지 기기만 잘 만들어 놓은 이동전화기가 아닙니다. 기기란 측면으로 봤을 때 아이폰이 여타 스마트폰보다 반드시 뛰어나지만은 않습니다.

아이폰이 역사적인 이유는 이동통신산업의 틀을 탐욕모델에서 나눔모델로 가는 단초를 마련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아이폰 이전에는 이동통신업체의 사업모델은 폐쇄적이었습니다. 자신들이 구축한 망에서 자신들이 공급하는 서비스만 사용할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편익을 증가시키기보다, 근시안적 이익극대화만을 추구했습니다. "폭탄요금"에 불만이 쌓였지만, 이동통신업체들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았습니다. 폭탄요금이 소비자의 분노를 초래하지만, 돈벌이에는 도움이 되니까요.

그런데, 아이폰읕 통해 그 사업의 틀이 바뀌고 있습니다. 아이폰정액제라 해서, 인터넷정액요금제가 나왔고, 일반휴대폰에서도 비슷한 인터넷정액제가 적용된다고 합니다. 이제까지 이동전화기에서는 제공되지 않던 무선랜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합니다. 아이폰이 이끌어낸 변화입니다.

나눔모델의 꽃은 이익을 나누는 앱스토어입니다. 개발자들이 앱스토어 열광하는 이유는 그동안 대형이동통신회사들이 개발이익이나 서비스이익을 부당하게 독점했기 때문입니다.

즉, 아이폰을 사용한다는 것은 단지 잘만든 기기하나 남들보다 먼저 쓰는 것을 과시하는게 아닙니다. 그동안 부당하게 폐쇄적이고 독점적이던 서비스를 개방/나눔형으로 바꾸는데 일조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개인의 우수한 특질을 광고하려면, 그 신호가 속일수 없는 그 무엇이어야 합니다. 개방/나눔만큼 개인의 우수한 특질을 "과시"하는데 좋은 신호가 없습니다. 이는 뇌가 우수하지 않으면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술은 베낄수 있어도 개방/나눔과 같은 특질은 베끼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한국 이동통신사업자들의 뇌는 우수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업에 종사하는 개개인의 뇌가 우수하다는데는 이의없습니다. 문제는 그런, 개개인의 뇌가 우수하다해서, 그 뇌의 네트웍이 항상 우수한 것은 아니란데 있습니다. 왜 그런지는 다음기회에 쓸 "파충류 자본주의 vs. 포유류 자본주의"란 글에서 다룰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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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그런데 글을 읽다 보니 하나 궁금한게 있는데요
    이타적 행동이 우수한 특질을 광고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타인의 이타적 행동을 보고 그에게 무의식적으로 호감을 느끼는 프로세스를 가졌다고 이해해도 되나요?

    만일 이타적 행동이 뇌가 발달해야 가능한 것이라면
    타인의 이타적 행동을 보고 호감을 느끼는 것 또한 그만큼 뇌가 발달해야 가능한 것인지 궁금해 지네요

    • 그렇죠. 그런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것, 그리고 그런 행동에 호감을 갖는 것 모두 타고난 프로세스가 있다는 것이고, 두 경우 모두 뇌가 발달해야 가능한 것입니다.

  2. 제프리밀러의 the mating mind를 방금 읽었는데 또 다른 책을 소개해주시는군요. 제프리 밀러는 제게 '털없는 원숭이' 이후로 인간의 본모습 또는 기원에 대해 가장 정신번쩍 드는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인것 같습니다.
    근데 밀러가 꼽은 우수한 특질은 페이스북에 개인별로 표시되는 personality와 상당히 유사하군요

    • 네,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한단계 높여주었다고나 할까요.

      밀러와 페이스북이 사용한 Personality는 Big5라 해서, 심리학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Personality 구분이라서 그렇습니다.

  3. 잘 읽었습니다.

    관심 있는 주제이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저자(G. Miller)의 최근 저서(Spent)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서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서 댓글을 남깁니다. (제가 혹시 오해한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윗글에서 환경을 생각하여 고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매하는 행위를 예로 드셨는데, 사실 언급하신 책에서 저자는 그러한 조합(과소비와 친환경)이 작동하지 않을 것(신호 관점에서)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What does not work is to mix features that signal agreeableness (an environmentally friendly hybrid drive) with features that signal disagreeableness(huge size and intimidating front end), as in the 2008 Chevrolet Tahoe Hybrid, "America's first full-size hybrid SUV". It simply doesn't make sense to most onlookers that an eco-consciously agreeable person would drive a full-size SUV that weighs fifty-eight hundred poinds and seats eight-or that a dominant Chevy driver would pay the $14,000 price premium for a hybrid drive that only improves mileage from 16 mpg to 20 mpg. (책의 58% 지점, 3684 번째 문장. 킨들책이라 페이지가 없습니다)

    책의 서두 부분에서 아래와 같이 친환경 자동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를 현시적 소비와 연결짓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and analyze the ways some consumers unconsciously display their kindness by driving their Toyota Camry hybrids to their local organic food co-ops to pick up their Fair Trade shade-grown coffee.

    또한 다이아몬드폰에 대한 말씀도 저자의 의견과 상반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본문 중에 언급하신 책(Spent)의 주제는 주로 costly signaling theory 관점에서 소비자 행동을 분석하는 것인데, 1년만 지나면 구닥다리가 되는 핸드폰에 그토록 많은 돈을 쓴다는 것 자체가 현시적 소비의 전형적인 사례가 아닌지요. 게다가 다이아몬드폰 구매자라면 분명 그에 걸맞는 명품 옷과 악세사리로 치장을 했을 것이고, 아마도 비싼 차를 타고 다닐테지요. 이는 분명 효과적인 신호입니다. 자하비가 말하는 신호의 네 가지 특성을 모두 만족하니까요(첫째 신호 표출의 비용이 클 것, 둘째 다른 사람들이 쉽게 신호를 관측할 수 있을 것, 셋째 신호 표출을 통해 개인에게 이득이 있을 것 - 이를테면 이성을 효과적으로 유혹, 넷째 신호와 개인의 중요한 특성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것 - 이를테면 돈이 많다).

    현시적 소비는 이성적으로만 분석한다면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보일 수 있으니 '지능이 떨어진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으나, 본 글의 맥락은 이성적 판단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신호의 표출 및 이에 대한 무의식적 판단에 대한 것이라고 볼 때 논점에서 약간 벗어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폰 구매자의 심리에 대한 분석도 개인적으로는(아이폰 구매자입니다 ^^) 쉽게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과연 "애플이 제시한 나눔모델에 일조해야 하니까 비싸더라도 구매해줘야지"하는 이타적 관점에서 아이폰을 구매한 것일까요.

    Mu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지적감사합니다. 지적하신 내용에 대한 제 생각을 하나씩 정리하겠습니다.

      1. 저자는 그러한 조합(과소비와 친환경)이 작동하지 않을 것(신호 관점에서)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 과소비와 친환경의 조합이 작동하기도 하고, 하지 않기도 합니다. 과소비가 에너지 과소비를 지칭하면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과소비가 단지 가격이 높은 것만을 말하면 작동합니다. 여기서 SUV Hybrid가 실패한 이유는 상쇄하는 "신호"섞였기 때문입니다. 즉, SUV를 통해 과시하는 신호와 Hybrid를 통해 과시하는 신호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두 상반된 신호를 동시에 보내니, 서로 상쇄시키겠죠.

      (토요다 하이브리드의 대표작 프리우스가 현시적소비 대표적 사례라 할수있습니다.)

      2. 1년만 지나면 구닥다리가 되는 핸드폰에 그토록 많은 돈을 쓴다는 것 자체가 현시적 소비의 전형적인 사례가 아닌지요.

      => Spent의 의의는 costly signal theory의 관점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속일수 없는 신호가 재산보다는 지성과 성품임을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즉, 돈많다고 과시하는 것이 우수한 특질을 과시하는데 필요한 "속일수 없는 신호"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넷째 신호와 개인의 중요한 특성사이에 연관성 중에서 돈많다고 과시하는 것은 성품이란 측면에서 우수한 특질이 떨어진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배려심이 부족하고, 겸손하지도 않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니까요. 배려심이 부족하다는 것은 뇌가 우수하지 않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광고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부를 과시할때는 돈이 많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과시하지 않습니다. 부를 통해 쌓은 지성을 과시하지요. 고급와인에 대한 지식을 "은근히" 내비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핸드폰을 1년에 한번씩 갈아치우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다이아몬드폰은 재산을 과시하는 신호를 보내지만, 신형핸드폰은 재산보다는 "개방성"을 과시하는 신호를 보냅니다. 스마트폰은 "개방성+지성"이고요. 개방성과 지성은 상보적관계에 있는 신호입니다.

      3. 소비자들이 과연 "애플이 제시한 나눔모델에 일조해야 하니까 비싸더라도 구매해줘야지"하는 이타적 관점에서 아이폰을 구매한 것일까요.

      => 앞에서 데이빗 버스의 예로 시작한 것은 과시하는 행동은 무의식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비싸더라도 구매해줘야지"라고 의식하는게 아닙니다.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소비자의 우수한 품성을 과시하는데 도움이 되니까,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게 무의식적인 행동임을 보여준 연구들이 있는데, 이때 사용한 연구방법이 무의식에 priming한 것입니다.

  4.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 설명을 듣고 다시 살펴보니 맞는 지적이십니다. 감사합니다.

    2. 다이아몬드폰 예시를 통해 어떤 주장을 하려고 하시는지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이아몬드폰 보다 아이폰이 더 효과적인 신호라는 주장은 여전히 현실적이지도 않고, 주장하시려는 바를 잘 뒷받침하는 논거도 아니라고 봅니다. 아이폰이 '약간의 돈과 개방성'을 뽐내는 신호라면, 다이아몬드폰은 '엄청난 돈과 그에 걸맞는 매너 혹은 품격'을 뽐내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전세계를 뒤져서 다이아몬드 폰 소유자 50 명, 아이폰 소유자 중 50 명을 랜덤 샘플했을 때 전자의 집단이 고급와인에 대한 지식을 더 잘 꿰차고 있겠죠. '아이폰 vs. 비슷한 금액의 일반폰'의 비교라면 개방성 지표 및 이와 상관관계가 높은 지능(G) 지표를 효과적으로 과시한다고 말할 수 있으나 '아이폰 vs. 다이아몬드 폰'이라는 것은 mu님이 말씀하시는 논거를 파악하는데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3. 애플 브랜드 혹은 아이폰이 이타성에 프레이밍되어 있어서 소비자들이 무의식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이해 했습니다. 실제로 그러한지는 실험을 해보아야 알 수 있겠으나,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추측은 그럴듯하지 않습니다. 1) 애플의 기존의 제품들(IBM 호환 기종 vs Mac)이 보여준 폐쇄성, 2) 단 두 건 뿐인 아이폰 TV 광고(복사하고 붙여넣기, 동영상 편집)에서 개방성에 대한 어떠한 단초도 보여주지 않는 점, 3) 반면 경쟁사 광고들은 아이폰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을 취하고 있는 점, 4) 거의 모든 종이 매체들이 아이폰에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점, 5) 일반인 중 통신사/제조사/CP 사이의 기존 관계, 이들 사이의 수익배분 문제, 애플로 인한 변화 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소수일 것이라는 점 등에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논의와는 별개로 질문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진화심리학이라는 학문을 매우 좋아하는지라 이런저런 진화심리학에 대한 비판들에도 관심을 두고 찾아 읽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비판 중 하나가 "just so stories"류인데요, 이번 글과 같이 매우 구체적인 현상(국내 아이폰 열풍)에 대해 무리하게 진화심리학적 설명을 적용하고 이를 너무 확정적으로 논하는 경우 특히 그러한 인상을 심어줄 공산이 크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류의 비판에 대해 mu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

    •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2번의 경우 실제로 실험을 해볼만 하네요. 다이아몬드폰에 대해 속물이란 느낌이 들지, 고귀함이란 느낌이 드는지 말입니다. 물론 실험조건에 따라 달라질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

      3번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애플은 폐쇄성/개방성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회사운영이나 제품개발은 폐쇄적이나, 어떤면에서는 개방적입니다. 개방적이라 할때는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것도 말합니다. 혁신을 주도하는 애플의 이미지에는 강한 개방성이 각인돼 있습니다. 예를들어, DRM free MP3서비스는 애플덕에 가능했던 것이니까요. 기술 디자인 서비스 면에서 애플이 이룬 혁신은 애플을 개방적인 회사로 느끼도록 할만한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죠.

      매체의 영향력에 대해선 또 다른 이야기인데요. 매체가 소비자에게 영향력을 미치지려면 소비자의 마음에 조응하는 부분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종이매체의 부정적 기사가 얼마나 조응할지는 의문입니다. 종이매체 기사과 관계없이 아이폰 열풍이 불고 있거든요. 게다가 종이매체가 아이폰을 씹지만, 애플의 긍정적 이미지가 강한 맥락에선 아무리 아이폰에 부정적 기사라도 실제로는 광고해주고 있는 측면이 훨씬 더 강합니다.

      진화심리학에 대한 비판은 대부분 뜬구름잡는 이야기입니다. 진화심리학이 뭔지 제대로 모르고 말하는 사람부터, 생트집잡는 사람까지 비판을 위한 비판일뿐입니다. (심지어 심리학교수조차 만인대 만인의 투쟁을 전제로 하는 진화심리학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Just so stories"라고 하는 사람들은 게으른 사람들입니다. JPSP나 PNAS같은 저널에 story류의 말장난 논문 실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도덕은 의식적 사고과정이 아니라 직관이라거나, 역겨운 느낌이 도덕판단과 관련됐다는 연구는 진화심리학의 대표적 연구들인데, 이런 것들 모두 경험과학의 연구방법으로 수행된 것들입니다. "Just so stories"라고 하는 것은 이런 연구들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고 고백하는 것이죠.

      진화심리학이란 학문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이유가 진화심리가 아닌게 없기 때문이라는군요. 즉, 진화심리는 심리학의 한 분과가 아니라, 심리학 전분야를 아우르는 접근 틀이라 할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진화인지심리, 진화문화심리, 진화신경심리, 진화소비심리 뭐 이런 식으로 접근하기도 합니다.

      ak님도 좋은 주말되세요. 좋은 토론 기회 감사드리고요 :-)

  5. 댓글까지 읽으니 전혀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에 머리가 들이밀어진 것 같아 좋네요
    고맙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