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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온

저는 휴대폰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휴대폰으로 오랫동안 통화하고 나면 메슥거립니다. 아주 불쾌한 느낌입니다. 제가 과민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전자파가 해롭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 정부와 산업계의 입장입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공통상황입니다. 몇몇 사람들 뺀 대다수 사람들도 별 문제없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휴대폰의 전자파가 아무리 미미해도, 하루 몇시간씩 평생 쬐면 그 양은 전자렌지 전자파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휴대폰을 평생 쓰는 것이 전자렌지를 아주 약하게 설정해 뇌를 넣고 수십년에 걸쳐 조금씩 태우는 것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것이지요.

별 웃기지도 않는 소리 다 한다고 여기실 분 있으실 줄 압니다.

그런데, 그 "별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가 전혀 근거 없는게 아니라는군요. 광파리님이 소개한 보고서 "휴대폰과 뇌종양: 우려해야 할 15가지 이유 (Cell phone and brain tumor: 15 reasons for concern)"에 따르면, 휴대폰을 쓰면 뇌종양에 걸릴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그것도 일관된 연구결과라고 합니다.

그런데, 휴대폰과 광우병이 도대체 뭔 상관이냐고요?

네, 별 관련없습니다. 관련 없는 정도가 아니라, 정반대라 할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정반대라 아주 관련이 크다고도 할수 있습니다.

광우병은 2008년 한국사회를 뒤집어 놓은 사건의 주역입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생생하게 경험하셨던 그 분함과 불안감을 쉽사리 떠올리실줄 압니다. 그런데, 광우병이 치명적이라고 하지만, 해롭다는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광우병이 무서운 것은 해롭다는 증거도, 안전하다는 증거도 없는 "불확실성"때문이었습니다.

자동차는 안전하지 않은게 확실하게 입증된 "흉기"이지만, 아주 분명한 "확실성" 덕에, 호모사피엔스는 매일 일정 "분량"의 목숨을 바쳐가며 자동차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휴대폰 역시 "불확실성"으로만 보면, 광우병 못지 않습니다. "뇌송송 구멍탁"으로 치면, 휴대폰이 광우병보다 못하리란 법 없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를 보니, 휴대폰의 위협이 오히려 광우병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휴대폰 쓰게 했다고 시위한다는 이야기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왜?

한가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 방법이 진화심리입니다. 사람은 "느낌"을 통해 진위여부를 구분합니다. 논리적으론 옳은데, 그 옳다는 느낌이 없을 때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듭니다. "뭔가 잘못된게 있어, 그게 뭐지...." 합니다.

캡그라스증후군이란 병을 앓는 사람들은 가족을 사기꾼으로 여깁니다. 얼굴은 어머니인데, 친밀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기꾼이 "진짜" 어머니를 대신해 가족행세한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실제로, 캡그라스 증후군 환자 중에는 진짜 부인에게 "내 마누라에게 무슨 짓 한거야"라며 자신의 부인을 공격하는 경우고 있다고 합니다.

느낌이 없으면 진짜로 여기지 않는게 인간의 뇌입니다.

광우병의 위협에 온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은 광우병이 바로 "고기"의 위험이었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고기를 먹기 시작한게 호모사피엔스 시절 이전일테니까, 수백만년동안 고기와 더불어 살아왔다고 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기는 잘못 먹으면 말 그대로 "죽음"입니다. 수백만년동안, "고기 잘못 먹으면 죽는다"는 진실이 바뀐 적이 없습니다. 이런 일이 수십만년만 반복되도 뇌에 각인됩니다.

즉, 광우병은 사람의 뇌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위협요소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지요. 고기는 해롭지 않다는 증거가 없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이 공포로 발전합니다.

그런데, 휴대폰이란 놈은 고기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진화적으로 봤을 때 난데없이 나타난 겁니다. 휴대폰같은 전자제품의 위험에 대해서는 뇌가 "느낌"으로 대응할만한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휴대폰이 뇌종양 유발할지도 모른다"는 주장에 "전자파가 해롭다는 증거가 없다"는 반론에 유야 무야 태평스럽게 넘어갑니다.

반면, "고기 잘못 먹으면 광우병 걸릴지 모른다"는 주장에 "소고기 해롭다는 증거 없다"는 각종 "논리적" 해명은 불난 집에 부채질 한 꼴이 됐습니다.

적자생존이라 할 때, 살아남는 건 강한 놈이 아니라 적응하는 놈입니다.

인간은 스스로 꽤나 강한 존재라고 여기고 있지만, 강한 놈이 적자가 된게 아니란 것을 종종 잊고 사는 듯합니다.

과연, 우리 인간은 변화에 잘 제대로 적응하고 있는지요? 그것도 스스로 만들어낸 변화에 말입니다.

휴대폰을 귀에 달고 사는 10대 들이 장년이 되는 30년후엔 뇌종양 쓰나미가 올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사실, 휴대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저 스스로도 광우병 파동 때와 같은 그런 불안한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휴대폰 뇌종양 쓰나미 유발"같은 자극적 제목에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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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전 관련 포스팅도 그렇고 광우병파동에 대해서 진화심리학은 멋진 통찰을 제공해 주는 것 같습니다. 휴대폰 전자파에 대한 위험인식에 대한 내용도 그렇고요. 위험에 대한 인식도 하기 전에 빠른 속도로 일상으로 들어와버린 물건이라 이제는 위험이 명확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한 인식하는 것은 더 힘들어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휴대폰은 사용하면서도 못내 찝집하긴 한데 광우병사태와는 다르게 그에 버금가는 다른 대체재가 없다는 점에서 일상의 한 부분을 포기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되어버려서 조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네요.

    • 보고서에서는 헤드셋 사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휴대폰 본체를 가능한 몸, 특히 머리에서 멀리 떨어뜨리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2. WindCoolv 2009/09/01 14:19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가장 무서운건 습관적 무지 인거 같아요.
    지금까지 아무이상 없었으니까. 당연히 앞으로도 아무일 없을거다.
    그렇게 큰게 나쁜 일이 있을 거라고 느끼지 조차 못하는 거죠.
    그냥 그렇게 방관하고 사는게 가장 큰 위험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