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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온

위기와 평판

Moral Psychology : 2008/09/12 04:38
편도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몬드처럼 생겼다 해서 amygdala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이 부분을 감정, 특히 공포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곳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뇌와 심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편도체가 인지적 기능도 담당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편도체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은 불활실성에 대한 경보입니다. 공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공포가 가장 위험한 불확실성에 대한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불확실성을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가 일관성의 여부입니다.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와 귀로 들어 오는 정보, 명시적 정보와 묵시적 정보, 내용과 맥락 등, 이 모든 것들에 일관성이 있어야 확실성이 생기고, 편도체가 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계를 늦출 수 없죠.

말로는 최고의 품질, 최저가라고 아무리 광고하고, 떠들어도, 행동이 따라주지 않으면, 물건을 팔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삼성반도체 집단백혈병에 대한 삼성측의 반응을 보며 이런 일관성의 부재를 보았습니다.

삼성전자의 광고를 보면, 이 회사의 마케팅전략 중 하나가, 브랜드와 기업이미지나 평판을 부드럽고 친근한 존재로 끌어가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김치를 손으로 찢어주는 할머니와, 더럽다며 안 먹겠다는 손자. 공부 안하고, 아빠와 올림픽 응원하다, 엄마에게 혼나는 아들. 이야기를 통한 일상의 감동을 잘 전달한 광고 전략입니다.

광고만 보면, 잘 구성한 캠페인입니다. (인지 및 감성심리학, 광고학, 담론학 등이 잘 녹아있는  내용입니다. 여러 이론에 정통한 사람이 기획한 것인지, 실무자의 동물적 감각의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보인 삼성반도체의 반응은 전혀 부드럽지도 않고, 친근하지도 않습니다. 아주 차가운 인상입니다. 이 반응을 보며 드는 첫번째 생각은 이후에 벌어질 손해배상 소송만 염두에 두었지, 기업의 평판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삼성전자가 위기상황에서 (홍보팀이 법무팀의 자문을 구하는 아니라) 홍보팀이 법무팀에 보고하도록 조직을 구성했기 때문일수 있습니다. (추측입니다. 홍보팀의 작품이라기엔 너무나 "법률"스럽기 때문입니다.)

적지 않은 일류 기업들이 이런 조직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홍보학계 내에서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민사 소송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도 합니다. 그런데, 민사소송에서 조금 유리한 입장에 서는 게 무슨 소용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거액 들여 오랜 시간 정성스럽게 구축한 기업평판이 물거품이 되는데 말입니다.
사과는 법적책임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에 섣부르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공감을 표시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남의 비극에 공감을 표한 게 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홍보이론가들, 특히 위기관리 이론가들이 강조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사과에는 신중해야 하지만, 위로하고 동정심을 표하라.

삼성이 어떻게 말했어야 하는지는 Communication as Ikor에서 잘 정리했습니다. 사실, 사람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배상금이 아니라 위로입니다.

이번 삼성반도체의 반응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삼성답다”라고 생각할 겁니다. 삼성하면 일 잘하고, 능력은 있지만, 인간미는 떨어진다는 평판과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평판은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많았기에, 삼성전자의 광고전략이 “인간미”를 강조한 것이었겠죠. 그리고, 이를 위해 거액을 들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뇌에 공감을 담당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전두엽의 약간 아래 쪽에 있다 해서 Inferior frontal lobe라고 합니다. 거울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기쁨을 보면 함께 즐거워하고, 고통을 보면 함께 아파하고, 슬픔을 보면 함께 슬퍼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합니다. 삼성전자의 광고전략은 바로 공감하는 뇌가 삼성이라는 회사에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삼성이 보여준 메시지는 경보센터인 편도체가 삼성이란 이름에 반응하도록 했습니다.

평판은 돈으로 살수 있는 게 아닙니다.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니까요. 이런 점에서 위기는 어쩌면 좋은 평판을 쌓는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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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nferior frontal lobe, 거울신경세포, 편도체...좋은 과학적인 insight를 주셨습니다. 저희 클라이언트들을 위해서도 좋은 과학적인 토론주제가 될 듯 합니다. 제가 좀 더 공부해야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