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딜레마, 용서의 미덕
깨닫는 즐거움 :
2008/06/20 13:16
- 제인 에어 (샬롯 브론테)
Something of vengeance I had tasted for the first time; as aromatic wine it seemed, on swallowing, warm and racy: its after-flavour, metallic and corroding, gave me a sensation as if I had been poisoned. - In Jane Eire by Charlotte Bronte (1816-1855)
복수의 순간은 짜릿한 쾌감이라는 브론테의 통찰은 현대 신경과학의 성과와도 딱 맞아 떨어집니다. 복수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뇌영상사진(PET)을 찍었는데, 얄미운 상대방을 벌줄때 Striatum이란 곳이 활성화됐습니다. Striatum은 보상을 기대할 때, 즉,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 한다거나, 상금을 받으려할 때 활성화하는 곳입니다.
Altruistic punishment, 즉, 이타적 처벌은 개인에게 직접적 이익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개인이게 손해가 미칠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범을 위반한 사람들에게 처벌을 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처벌을 통해 얻는 이익은 커녕, 개인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이타적 처벌이라고 합니다. 복수가 이에 해당합니다.
중요한 점은 복수를 통해 얻는 이익은 없지만, 대신, 쾌감을 얻는다는게 있습니다. 이는 심리학의 오랜 퍼즐이었지만, 진화심리학자들은, 바로 이런 심리기제가 집단의 질서를 유지하도록 하는 동력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법이 세세한 모든 것을 규율하지 않아도 사회가 유지되는게 바로 사회규범이 있기 때문이고, 사회적 처벌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복수의 저변에 깔린 심리기제가 사회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동력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복수의 악순환에 빠지게 해, 그 사회를 불안하게 하기도 합니다. 뉴기니에는 복수의 악순환에 빠져 수십년째 이어진 부족간 전쟁을 끝내지 못하는 부족들이 있습니다. 한다스와 옴발이라는 두 부족은 언제, 왜 시작됐는지도 모르는 복수의 전쟁을 이어가며 피를 흘리고 있다고 합니다.
- 2009.4.26: 뉴기니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복수의 악순환은 허위보도일지도 모릅니다. 기사에서 복수의 주인공들이 뉴요커를 상대로 소송걸었습니다. 허위로 자신들을 살인범으로 몰았다고 말입니다.
브론테의 성찰이 빛나는 장면은 복수가 달콤하다는데 있는게 아니라, 복수의 끝맛에 대한 부분입니다. 달콤하고 짜릿한 복수이지만, 그 뒷맛은 녹슨 쇠맛이고, 심지어 독에 중독된 것 같다는 것입니다. 한순간의 즐거움이 영원한 고통이 된다는 말입니다.
이런 까닭에 용서의 미덕이 생겨난게 아닐까 합니다. 용서의 심리학자들은 용서는 남을 위한게 아니라, 스스로를 위한 것이라고도 합니다. 그렇다고 허물을 덮어두거나, 잘못된 일을 그냥 넘어가는 것은 용서가 아니라고 합니다. 잘잘못은 따져야 하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말하는 것입니다. 이게 말이 쉽지, 사람의 마음이란게 그리 호락 호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용서란게 정말 어렵습니다.
저는 용서를 잘 못합니다. 명상에 마음챙김 명상 다음 단계로 Loving Kindness (영어로 번역되기 이전 원 용어가 있을텐데,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명상이 있는데, 저는 이 단계 명상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미운 사람들, 제게 나쁜 짓을 한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흩어지고 맙니다. 그 사람들에게 복수를 할 것은 아니지만, 제 마음속에서 놔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괴롭습니다.
포카라블로그에 용서에 대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영화 밀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포카라님은 "인간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신이 말하는 용서는 쉽지 않지만 용서의 길에 이르고자하는 노력 그 자체가 바로 구원이라고 저는 생각해 봅니다"라고 했습니다.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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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란 것도 납득이 되면 누구나 다 합니다.
납득이 안되니까 어려운 것 아닐까요?
매일 신세지고 있습니다.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Rokea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