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도덕감정, 불확실성: 설득이 설득이 아닌 경우
문화일보의 어설픈 설득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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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광우병우려가 과장된 것이라고 하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쇠고기수입협상 관련자와 "이성적"인 사람들 밖에 없을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미국쇠고기로 인한 광우병 위협은 그리 크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모기불통신의 지적대로 독감사망자에 비하면 광우병은 위협 축에 들지도 못합니다. (이런 점에서 저도 그다지 이성적인 축에 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불안할까요? 머리가 나빠서? 광우병에 불안한 사람들은 간단한 통계수치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들일까요?
저는 그 이유를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진화해 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기서 또다시 도덕감정을 말하고자 합니다.
- 관련글: 도덕심리학으로 본 위기관리
먹는 것은 모든 생물의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잘먹어야 개체도 살고, 종도 살아남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먹을수는 없습니다. 먹어서 득이되는 것만 잘 골라 먹어야 합니다. 병든 고기 잘못 먹으면 개인 혼자 잘못되는게 아니라 자칫 그 종 자체가 멸종될수도 있습니다. 수백만년동안 무수한 멸종의 고비를 넘기며 뇌에 각인된 정보가 바로 먹을 것 가려먹는 것에 대한신호입니다.
흔히 놀람 공포 슬픔 분노 역겨움 기쁨 등 6가지를 사람의 기본감정이라고 하는데, 이중 공포 역겨움 기쁨은 그 기본중에서도 기본에 속하는 감정입니다. 특히 역겨움은 아주 원초적인 감정이라 할수 있습니다. 진화심리학자들과 사회심리학자들은 역겨움 감정을 상한음식을 피하는 과정에서 형성돼, 사회감정으로까지 발전된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역겨움 감정은 그 감정형성의 원인이 남에게 있다고 판단되면 강한 분노로 발전합니다.
지금 광우병에 대한 근심걱정과 분노가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도덕감정은 이성적으로 판단하는게 아니라, 직관적으로 뱃속 깊은 곳에서 끓어 오르는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독감보다 덜 위험하다고 통계수치나 자료 대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더 심각한 이유는 도덕감정을 자극하는 그 이상의 것이 있습니다. 바로 불확실성입니다. 시골의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21세기 인류는 광우병에 대해 연구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광우변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없던 위협요소를 새롭게 떠안아야 하는데, 그 위협의 실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과거 광우병 발병환자수가 적다는게 포인트가 아니라, 대응방식을 알지 못하는 질병이 새로 발생했다는게 것이 핵심입니다.
독감은 발병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보건당국도 알고 있고, 일반 국민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 피해규모도 가늠할수 있고요. 그러나 광우병은 다릅니다. 미미할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미미하면 다행입니다만, 그 반대라면 불행입니다. 문제는 그 불행의 규모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데 있습니다.
요즘 사회학과 심리학에서 주목받는 이론이 네트워크 이론입니다. 글래드웰의 티핑포인트를 통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업데이트된 네트워크 이론을 알고 싶으시면 Watts의 "Small World"와 Barabasi의 "Linked" 추천합니다) 일이 터지려면 어떻게서든 터지고야 맙니다. 산불내려고 의도적으로 방화해도 대부분 국부적인 산불로 끝나지만, 조건만 맞으면 담배꽁초만으로도 거대한 산불로 번질수 있습니다.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바로 이것입니다.
정부가 광우병위협이 과장됐다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려하면 할수록 정부에 대한 불신과 반감만 커질 것입니다.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역겨움, 분노, 공포를 감성적 차원에서 다스릴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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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문화일보에서 광우병 우려를 "괴담"이라며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대한 "논리적 설명"을 기사화했습니다. 사람들의 공포와 분노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감을 전혀 잡지 못한 좋은 사례입니다. 논리로만 따지면 광우병에 걸려 죽을 확률보다, 독감에 걸려 죽을 확률이 더 높습니다.
독감뿐 아닙니다. 아마 술담배하시는 분들 많으실텐데, 미국산 소고기 때문에 광우병 걸려 죽을 가능성보다, 술담배때문에 건강해쳐 죽을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그렇다해서 미국산 소고기 먹는게 술담배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논리적으로" 말한다면, 이건 설득하려는게 아니라, 맞으죽으려고 용쓰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불안하고 화가나는 이유는 광우병이 뭔 병인지도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소 수입을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협상을 아주 불공평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미국산 소고기는 수입하기로 했으면서도, 한국산 소고기는 미국에 수출할수 없도록 협상했다지요.
게다가 그 기사는 "논리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기사 첫 머리에 "광우병의 정체에 대해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명확하게 규명된게 없다"고 해놓고, "미국은 광우병 안전국이다", "미국 축산업자들의 광우병위험물질인 SRM 제거작업을 믿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람들이 생명을 엄청나게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지만, 꼭 그런 것 같지만도 않습니다. 죽을지 뻔히 알면서 담배피고, 흡연을 조장하는 광고까지 허용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광우병이 분노와 공포를 일으키는 것은, 광우병때문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광우병이 자극하는 부정적 도덕감정과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그 불확실성이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생생한 이미지와 이야기로 전달되고 있는 것입니다. Made to Stick의 철썩 달라붙는 메시지의 아주 생생한 사례라 할수 있습니다.
정부가 미국 소고기수입을 수용한 것은 반도체 자동차 선박과 같은 제품들을 미국시장에 조금 더 잘 팔기위함이 아닌가 합니다. 소고기 개방을 통한 위험부담이 예를 들어, 5000억원정도의 부담인 반면, 한미FTA 타결을 통한 수출증진 효과가 5조원정도 된다는 계산이 있었던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미국산 소고기수입의 위험부담은 일단 인정해야 합니다. 일단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5조원의 예상이익과 5천억원 위험부담비용의 차이를 두고 국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겁니다.
어설프게 미국산 소고기 안전하다고 "논리"로 설득하려고 하는 것은 설득하려는 게 아니라, "골지르는" 겁니다.
- 관련글: 선거와 감성, 정치와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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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한국인들의 분노감은
지적하신대로, 먹을 것에 대한 위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을 근간으로,
이랬다 저랬다 자기이익에 따라 주장을 180도 바꾸는 집권세력과 주요언론의 기회주의적 태도에 대한 불신이 힘을 더해 표출되는 반응인 것 같습니다.
기회주의, 그것도 신뢰가 기대되는 지위에 있는 자들의 기회주의에
도덕감정이 더 예민해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기회주의를 '처벌'하지 않으면 공동체의 협동이 달성되기 어려워 진화적으로 그 공동체는 도태되어 질테니까요. 이거 뭐 거의 진화게임이론 이야기군요.
무튼, 간만의 포스팅 반갑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사회가 정말 위기에 처한 것 같기도 합니다. 기회주의, 무임승차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말입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역겨움, 분노, 공포를 감성적 차원에서 다스릴 수 있는 대책'에 대한 고민이 정말 필요하다는 데 진짜 공감합니다. 커뮤니케이션적으로도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어렵지만 말입니다...감사합니다.
청와대입장에선 일종의 위기상황일텐데,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식의 위기상황에서 risk communication의 원론적인 대응방식은 어떤 것인지요?
돈프레임보다 더 강한 목숨프레임이라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실은 돈 때문인데도, 돈 때문이라고 말 못하는 것이겠지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은글로 미국소 문제를 이론적으로 점검해주셔서요
결국 돈이겠죠...대운하를 통해서 나올 자갈과 모래의 천문학적 돈과
쓰레기 재고 물량의 소비를 통한 추적할 수 없는 세탁된 리베이트 돈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