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심리학으로 본 위기관리
늦은 나이에 열공하시는 블로거, 김호 대표의 블로그에서 소개한 위기관리와 위기의 심리학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문득 제가 전에 올린 도덕심리학이 생각났습니다.
Communications as Ikor에 올라온 글인데, 내용 이해를 위해 본문 일부를 인용합니다.
새우깡의 이물질, 참치캔의 칼날 사건과 치즈에서의 다이옥신 사건은 거의 동시에 일어 났는데 공중들의 관심은 '이물질'에만 머무른다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우리 몸에 더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식품속에 포함된 '유해성분'이다. 식품 바깥에 걷도는 이물질은 혐오스럽다 해도 그 위해가 한정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물질에 더 집착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보다 더 심각해 보이는 법이다. 매우 흥미로운 심리다. 그냥 지나쳐 갈 뻔한 insight다.
대단히 합리적인 분석입니다.
좀더 근본적인 원인진단을 할수 있습니다. 왜 사람들은 정말로 해로운 화학물질보다 덜 해로운 (어쩌면 해롭지도 않은) 생쥐머리에 집착한 것일까요? 언젠가 이곳에서 소개했듯, 쥐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도 말입니다. (관련글: 닭 대신 쥐!)
도덕심리학이 그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도덕심리에 대해서는 전에 올린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도덕심리학에서는 도덕관념의 근원을 “역겨움”에서 찾고 있습니다. 인류가 진화과정에서 아주 조심해야 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상한 음식을 먹는 것입니다. 상한 음식에서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바로 역겨움입니다. 그 냄새만 상상해도 역겹습니다.
역겨움은 상한 음식을 피하는 아주 중요한 신체의 반응입니다. 낯선 음식에 대한 역겨움은 인류가 살아 남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상한 음식 잘못 먹어 죽는 것보다 배 고픈 게 생존에 더 유리하니까요.
도덕판단에 문화적 요소가 강하게 작용합니다. 쥐라는 동물 자체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한국사람들에게 쥐는 음식이 아니라 질병의 상징입니다. 감정적으로 역겨움이 든다는 것입니다.
역겨움은 인간의 감정중에서도 아주 기본적인 감정입니다. 오직 즐거움, 역겨움, 공포만이 뇌의 특정 부분에서 반응합니다. 분노, 놀람, 슬픔 등과 감정들은 "기본"감정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이들 감정을 처리하는 뇌의 특정 부분이 있지 않습니다.
즉, 음식에서 쥐머리가 나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이게 몸에 해로운지 아닌지, 먹을 수 있는지 아닌지를, 이성적으로 따지는게 아닙니다. 직관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겁니다.
하지만 다이옥신과 같은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역겨운 반응이 나오지 않습니다. 다이옥신이란 화학물질은 이미 인간의 감성두뇌가 충분히 진화한 이후에 나온 물질이니까요.
사람이 이성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도덕심리학의 새 방향을 제시한 조나단 하이트 박사의 논문 제목이 “the Emotional dog, and its rational tail (감정적 개와 합리적 꼬리)”입니다.
more..
개를 먹는 것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사람들은) 각종 이유를 들어 나쁘다고 말하지만, 실은 그런 이유때문이 아니라, 가장 원초적인 감성적 반응이 작용하는 것입니다. 이성은 나중에 감성적 반응을 합리화해주는 역할을 하고요. 그리고, 사람들은 이성적 추론으로 도덕판단을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의 꼬리가 감정적인 머리를 합리화한다는 한다는 겁니다 (its Rational tail).
이와 비슷한 사례가 지구 온난화입니다. 지구 온난화는 인류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협입니다. 9월에 고층빌딩 두채 무너뜨린 것과는 비교도 안될정도의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미국정부의 대응은 참으로 묘합니다. 자국민 4천명과 이라크인 수십만명을 4조달러란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희생시킨 반면, 지구온난화의 위협에 대해서는 애써 눈감고 있습니다
왜 인간은 정말로 심각한 위협에 대해선 무감각하면서 어찌보면 대수롭지 않은 것 (동성애, 개고기 식용 등)에 흥분하는 것일까요?
사회심리학자인 다니엘 길버트는 네가지 요인을 꼽습니다.
인류가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위협으로 느끼는데는 PAIN (Personal, Abrupt, Immoral, and Now)으로 나타나는 네가지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해를 끼치려 해야 하고, 갑작스런 변화이어야 하며, 부도덕하다고 느끼고, 당장 현실적인 문제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니엘 길버트 학문적으로도 유명하지만, 강연도 아주 재미있게 잘합니다. 팝텍에서 한 강연인데, 들어보시면 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확인하실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는 네가지 중 어느 하나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새우깡에서 쥐머리가 나온것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한 행동일수 있고, 갑작스럽게 튀어나왔으며, 대단히 부도덕하고, 지금 당장 일어난 현상입니다.
이 네가지 요소는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안목을 주지만, 동시에 위기를 설명할 때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에 대한 안목도 제시합니다. Risk Communication에는 양면이 있는데, 기업입장에선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공중에게 위기를 적덜한 방법으로 위기라고 알리는 측면도 있습니다.
사람의 심리기제를 파악해 위기를 무사히 넘기는게 좋은 것일까요, 아니면, 위기를 진정으로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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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타고 들어왔습니다. 대단히 흥미로운 분석이네요. 다니엘 길버트에 대해서도 좀 더 자료를 찾아 읽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도덕심리에 정말 많은 것들이 담겨있습니다.
역겨움이라는 기제를, 좀더 확장해서 도덕이라는 기제를
인간들만 사용하는 걸로 보이는데.
다른 동물들의 사례들도 있나요?
제가 일상에서 보는 개,새 들은 없어 보여서 말이죠.
개체생존과 종족보존에 도덕이 기능적이다라는 건 어느정도 수긍이 가는데,
그래서 생존과 보존을 위해 도덕이 채택되었고 사용되어진다는 건 정말 a theory라는 생각이 듭니다. 즉, 도덕이 생존과 보존을 위한 충분조건일지는 몰라도 필요조건이지는 않다는 거죠.
언제나 무언가 생각하게 만들어 주시는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아, 흥미로운 주제군요.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리플과 트랙백 감사합니다. ^^
음... 저도 사람들이 왜 그런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되었나 좀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뭐라고 할 정도로 정리되지가 않았습니다. 좀 정리되면 써 보려 합니다. (물론 정확도는 보장 못 합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