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하면 정말로 뇌가 기민해질까?
검색어 수위에 들다 보니, 그 이유가 궁금해 "기민"에 대해 더 검색하는 요인도 작용했으리라.
"기민"에 대한 검색은 연합뉴스의 "명상을 하면 뇌활동이 기민해진다"는 보도에서 비롯됐다. 명상을 할 경우, 명상이 뇌파에 변화를 일으켜 뇌의 기민성을 크게 높여준다는 내용. 불교 수행법으로 명상하는 1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명상단계가 올라가면서, 알파파가 증가하고, 델타파가 감소한다고 한다. 이를 뇌의 집중력과 기민성의 정도를 보여주는 척도로 해석했다.
아마 이 뉴스를 접한 네티즌들은 이게 뭔 소린가 싶어, "기민"을 찾아 봤을 것이고, 이게 검색어 순위에 "기민"이란 단어가 들어가게 했으리라. 일단 검색어 순위에 들자, 네티즌들은 갑자기 나타난 "기민"이란 단어에 호기심을 느꼈을 것이고, "기민"을 더 많이 찾아 보았을 터.
"기민"을 문맥으로 보면 그다지 생소한 단어는 아니지만, 문맥없이 떼어 놓고 보면 사람이름 같기도 하고, 뭔가 궁금함을 자아내게 한다. 실제로, 지식인같은 곳을 검색하면, "도대체 기민이 누구예요"라는 질문도 있다.
게다가 명상을 하는 것과 뇌가 기민해지는 것과의 관계에 대한 논쟁도 한몫했으리라. 이제까지 알려진 바로는 "명상이 집중력 향상이 도움이 된다"다. 물론 집중력이 뛰어나면 기민해지겠지만, 명상이 직접 뇌의 기민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의외다.
해서, 연합뉴스가 이용했음직한 원 뉴스를 찾아 봤다.
호주ABC 뉴스 사이트
원 기사 본문에서 "기민"은 alert다. alert를 영한 사전에선 "방심하지 않는, 경계하는, 조심하는" "기민한, 재빠른, 민활한" 등으로 풀었다.
영문기사를 한글뉴스로 전하는 사람 입장에선 "명상하면 조심하게 된다" 보다는 "명상하면 기민해진다"로 이해했을 터.
하지만, alert를 "기민"으로 옮긴 용어 선택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이다.
원 기사를 살펴보자.
People who meditate show signs they are surprisingly alert, the first study of its kind has found.첫 문장만 놓고 보면 "기민"이란 용어선택에 별 문제 없어 보인다. 직역하면 "명상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대단히 기민해진다는 징후를 보인다"가 된다. 연합뉴스를 내용을 조금 다듬어 "명상을 하는 사람들은 뇌 활동이 불가사의할 정도로 기민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surprisingly"를 "불가사의할 정도"라고 전한 것.
Australian PhD researcher Dylan DeLosAngeles, at the Flinders Medical Centre in Adelaide, shows that mediation produces changes in brainwaves usually associated with increased alertness.영문의 일부를 직역하면 "명상은 기민성 향상과 관련된 뇌파에 변화를 일으킨다"가 된다. 연합뉴스는 이를 풀어서 "명상이 뇌파에 변화를 일으켜 뇌의 기민성을 크게 높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말은 한국어답게 잘 풀었지만, 내용에는 오류가 있다. 연합뉴스의 내용은 "명상 --> 뇌파 변화 --> 기민성 향상"이 된다. 그러나, 본문은 "명상 --> (기민성 향상 | 뇌파 변화)"이다. 즉, 명상을 하는 사람들의 뇌파가 바뀌는 것을 측정할 수 있는데, 그 뇌파 변화를 기민성 향상으로 해석한 것"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국문기사는 뇌파의 기민함 사이의 인과관계를 너무 분명하게 강조했다. 뇌파의 변화가 뇌의 기민성의 원인인 것처럼 말한 것. 그러나, 어떤 것이 원인인지는 모른다. 뇌파의 변화로 인해 뇌가 기민해지는 것인지, 아니면 뇌가 기민해지기 때문에 뇌파의 변화가 나타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DeLosAngeles says previous research on mediation and the brain has produced conflicting evidence about its impact on the brain, with some studies even reporting that meditators were asleep.이 부분은 이 연구의 의의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명상하는 사람들이 잠든 것"에 불과하는 일부 연구결과를 뒤집겠다는 것. 따라서, 다음 문장에는 뇌파를 측정해 잠든 상태의 뇌가 아님을 보여준다는 내용이 나온다.
연구자는 이를 증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5단계로 구분된 명상수행을 선택했다. 1단계에서 5단계까지 명상수행 수준이 올라간다. 그리고 각 단계별로 뇌파를 측정했다.
In preparatory research for his PhD, DeLosAngeles studied a type of Buddhist mediation that teaches people to achieve several distinct states.1단계는 호흡에 집중, 2단계는 들숨 날숨에 신경쓰지 않고 호흡, 3단계는 몸의 경계가 없어지고, 공간을 향한다는 느낌이 들고, 4단계는 마음과 호흡이 하나되는 느낌이 들고, 5단계는 마음이 우주로 확장된다고 느끼는 단계다.
He asked 13 people in a meditation group to describe their experiences of five different states, both before and after the study.
He says in the first meditative state, people focused their thoughts on breathing, and in the second state they stopped thinking and just breathed.참고로 사람의 뇌에는 신경세포들이 있는데, 정보를 전달할 때 아주 미약한 전기신호가 발생한다. EEG (ElectroEncephalogram)은 뇌의 신경세포들이 활동하면서 내는 전기신호를 잡아내 뇌 활동을 측정하는 기기다. 생각의 속도를 0.1초 단위로 잴 수 있다.
In the third state, they felt a loss of body boundaries and spatial orientation, and in the fourth state they felt their mind and breath became one.
In the fifth state, the meditators felt their mind expand into space.
DeLosAngeles found that, compared to the baseline condition - eyes-closed and resting - people had distinct changes in brainwaves with each meditative state.눈을 감고 쉴때와 명상할 때의 뇌파를 비교했는데, 명상할 때 각 명상 단계 별로 뇌파에 독특한 변화가 있었다는 것. 즉, 명상하는게 잠든게 아니라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를 제시한 것.
He found the brains of people in the first state showed an increase in the amplitude of alpha brainwaves, which are are associated with alertness, focus, attention and concentration.
DeLosAngeles says there was also a decrease in delta brainwaves, ones associated with drowsiness or sleep.
명상 1단계 (호흡에 집중하는 단계)에서 알파파가 증가하는 현상을 찾았다. 알파파는 경계, 집중, 주의 등과 관련된 뇌파. 여기서 명상과 뇌파의 관계가 나온다. 즉, 알파파의 증가를 뇌가 alert해지는 것으로 전한 것.
(델타파는 3,4단계의 깊은 수면과 관계가 있다. 명상하면서 델타파가 감소한 것은 명상하는 사람들이 잠든게 아니라는 결정적인 증거인 셈.)
그런데, alertness를 focus, attention, concentration과 함께 놓고 보면 "alert"는 "기민"이라는 뜻 보다는 "경계"라는 뜻이 더 적합하다.
호주ABC의 취재기나나 편집자가 기사의 리드를 쓰고, 제목을 뽑을 때 여러 단어를 줄줄이 쓸수 없으니까, "alert"만 리드와 제목에 올린 것. 그런데, 연합뉴스 본문에는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을 전하지 않고, 단지 "뇌의 집중력과 기민성의 정도를 잘 보여준다"고 옮겼다. 이는 명백한 오역이다.
집중도가 올라가면 보다 더 기민해지긴 하겠지만, 여기서는 그런 뜻이 아니다. "주의집중"과 관련된 여러 단어를 나열해 의미가 애매해 지는 것을 피하려고, alert와 함께 focus, concentration, attention 등과 함께 사용한 것이다.
실제로 알파파는 뇌가 기민해지는 것과 관계 없다. 주의집중과 관계 있는 뇌파다. 차분하게 앉아 주의 집중할 때 알파파가 증가한다. 가만히 숨죽이고 기다리면서 무언가를 “경계”하고 “조심”하면서 “주의집중”하는 상태. 실제로 명상 1단계에서는 호흡에 집중한다. 호흡에 집중하니 알파파가 증가하는 것.
2단계부터는 호흡에 대한 집중을 푼다. 알파파가 조금씩 감소한다는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He says as mediators progressed through the other four stages of mediation, their alpha brainwaves slowly decreased in a linear fashion.
(linear는 직선을 그은 것처럼 두가지가 비례한다는 뜻. 2단계, 3단게 등 단계가 올라갈수록 알파파가 단계에 비례해 감소했다는 내용.)
연합뉴스는 "alert"의 사전적 의미에서 겉보기에 말이 될 것 같은 표현, "기민" 을 골라 쓰는 오류를 범했다.
사실, 영문기사에 이런 오역을 할수 있는 여지가 있다.
"Meditation is a finely held state of attentiveness and alertness that differs from eyes-closed resting or sleep," says DeLosAngeles.
"state of attentiveness and alertness"라고 한것. 이를 연합뉴스는 "집중력과 기민성의 정도"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alertness는 집중력과 관계는 있지만 뜻이 많이 다른 "기민성"이 아니라, 무언가 "집중해 경계"한다는 의미다.
이는 연합뉴스도 전한 연구자의 인터뷰 마지막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He says the findings add weight to the idea that meditation could be used to help people improve their ability to concentrate.
연합뉴스가 옮긴 문장으로 소개하면: "그는 따라서 명상은 사람들이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사용하면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편집자는 뉴스 제목을 마지막 문장에서 뽑았어야 했다.
호주ABC기사가 리드에 "surprisingly alert"라고 했으니, 이를 옮긴 한국의 취재기자나 그 기사대로 제목을 뽑은 편집자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
(* 유학이나 수능 등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영어독해연습도 겸했길 바랍니다: 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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